창업자만이 할 수 있는 일 - 조성문

Published

January 6, 2025

https://sungmooncho.com/2024/10/28/what-founders-can-do/

나는 ’하이레벨’에 머물러 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항상 디테일이 궁금하고 디테일이 재미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부서장들에게 보고받는 시간이 아니라, 각 엔지니어, 디자이너, 또는 마케팅 담당자들과 나란히 앉아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다. 함께 모여 앉아 이야기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좋은 생각이 떠오르고, 다같이 그걸 실행하고 나면 너무나 훌륭한 결과가 나올 때가 많다.

2023년,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구글로 돌아왔다. (…) 그가 창업자이긴 하지만, 이미 오랜동안 현장에서 떨어져 있었고, 이미 모든 주된 일들을 위임한 상태였는데, 그가 돌아온다고 해서 뭐가 그리 달라질까?

그가 차세대 AI 엔진 코드를 직접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가 창업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회사의 리소스를 움직이는 일이다.

2024년 5월부터는 구글 검색 결과에서 AI 오버뷰(AI Overview)를 가장 상단에서 먼저 보여주고 있다. 가장 상단은 광고 단가가 가장 높은 공간인데, 이를 AI에 사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구글의 AI에게 검색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려는 절실한 시도이며, 또한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매우 큰 베팅을 했다는 뜻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회의는, 구성원들이 오직 나만을 위해 모인 회의이다. 예를 들어, 자신들끼리는 이미 모든 정보를 공유했는데, 나한테 그냥 보고하기 위해 잡은 회의가 그렇다. 이런 자리에 열 명이 모여 앉아 있으면 나는 너무나 불편하다. 그게 거기 앉아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얼마나 큰 시간낭비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나의 업무와도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기에 그것을 ’정보 공유의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극도로 비효율적인 정보 공유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의 정보는 그냥 다른 방식으로도 쉽게 얻을 수 있고, 굳이 30분을 멍하니 앉아서 불필요하게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에는 이렇게 ’전체 공유’하는 회의가 한 달에 딱 한 번 있다. 그것을 ’All Hands (올핸즈)’라고 부르는데, 각 부서별로 한 달동안 있었던 성과를 약 10분씩 ‘서로에게’ 자랑하고 발표하는 자리이다.

얼마전, 중간 관리자로 잘 성장하고 있는 한 직원이, “당신은 어떻게 어떤 일을 위임하고, 어떤 일을 위임하지 않을지 결정합니까?”라고 묻길래, “내가 재미있는 건 남기고, 재미없는 건 전부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려고 한다” 고 대답했더니 깔깔 웃었다. 나에게 재미없는 일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없는 건 아니다. 한때는 나에게도 재미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나, 해야 할 일이지만 나에게 가장 큰 관심이 아니거나, 아니면 원래 재미있었는데 여러번 반복하다보니 이제 재미가 없어진 일들. 이런 일들을 위임한다.


창업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제목 아래에 2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 창업자만이 할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을 고려한 결정
  2. 장업자만이 할 수 있는 위임

일단, 회의에 대한 관점이 비슷해서 읽으면서 크게 공감했다. 좀 더 추상적인 레벨로 의견을 옮겨보면, 창업자는 결국 회사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않나를 글에서 읽을 수 있다. 글 자체가 잘 쓰여진 글이라 중언부언 코멘트 달만한 거리도 딱히 없다.


Software 회사나 network effect가 존재하는 business, 자신의 임기보다 더 긴 시계열을 내다보고 해야 하는 R&D가 주가 되는 산업에서 경영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리서치를 조금 해보면 버핏이나 멍거가 믿을 만한 경영진을 왜 이렇게 찾기 어려웠나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그렇다고 경영진이 전부 무능한가 하면 그 것도 아닌 것이… 생각보다 회사를 부러뜨릴 정도의 경영진이 상장사에서 소위 투자할만한 기업을 경영하고 있지는 않다. 탁월한 경영진을 찾기 어려울 뿐이라는게 나만의 소결론.


https://youtu.be/W3F8I0GNu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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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 2주를 앞두고 우연한 기회로 실리콘 밸리에서 뵀던 조성문 대표님은 회의실에서 많은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눠주셨다. 그 즈음 미국 여행은 많은 것이 바뀐 시작점이고, 그 때 같은 공간에서 나눠주신 많은 이야기가 좋은 시작이 되었다. 내심 존경하는 분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만나뵙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