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처음 읽을 때 서문에서 작가 자신이 이 책을 왜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가장 집중해서 읽는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어떤 것을 말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이 책을 썻는지,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명료하게 요약해서 책을 이제 막 읽기 시작한 독자를 설득할 만큼 매력적인 주제를 선정했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독자로서의 나는 책을 털어 하나의 주제만 남아 떨어지는 책들이 지루했다. 나는 한 가지 주제로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내책의 가장 우선적인 독자는 나 자신이기 때문에 나 자신도 흥미를 느낄 만한 책을 쓰고 싶었다. 이 책은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내가 처한 ’인간 조건’을, 2장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내가 지켜야 하는 삶의 원칙을, 3장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는 내가 당면한 미래를 다루었다. 각 장의 글들은 모두 다양한 주제의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은 인간의 ’선택’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 김동조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쓴다고 말하고 있다. 책의 제목에 걸맞게 인간에 대해 자신의 생각으로 가득 찬 책을 썼다. 무엇보다, 책을 털어 여러개의 주제가 떨어지는, 곱씹어 볼 것이 많은 책을 쓰고자 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저자의 다른 책(서로 같은 달을 보지만 다른 꿈을 꾼다)을 읽고 이 책도 읽어봐야겠다 하고 다짐하고 읽어서 긍정적인 편향 있을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지만, 자신의 생각을 누가 볼지도 모르는 공개적인 출판물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거기에 더해 직업은 매일 시장에서 싸우는 ’트레이더’다. (매크로 지표를 읽고 금리, 외환 파생상품을 위주로 트레이딩 한다는 사실도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었는데, 마이너한 나만의 감상이니 일단 패스 ㅋㅋ)
그리고 읽게 된 그의 첫 출판물은…
나는 편견으로 가득 찬 책을 쓰고 싶었다. 누가 말하든 상관없고 무얼 말하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말랑말랑한 책이 아니라, 상식에 도전하고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그런 책을 내고 싶었다. 내가 그런 책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 내가 그런 책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 김동조
내가 그의 책을 이토록 재밌게 읽었던 것처럼, 그 역시도 이런 책을 찾아 헤메다 자신이 결국 쓰게 되지 않았을까.
자신의 생각을 글로 명료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나에게 ‘구름을 손으로 잡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이미지와 같다. 이런 감상을 남기게 한 책이나 작가는 몇 안되는데 계속 이런 책을 만날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무엇보다, 이런 책을 내가 쓸 수 있다면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약하게나마 내 생각을 정리해서 일기를 쓰다보면 괜찮아 질지도 모르겠다. (머리 한 켠에는 어릴 때 책 많이 안 읽어두면 이 것 역시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누군가의 글을 가져와서 ’이거 좋아요!’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그래도 가끔 가뭄에 콩나듯 내심 마음에 드는 글이 몇개 써지는거 보면 아주 싹수가 노란건 아닌 듯 싶다. 습관과 완벽주의의 문제로 보이는데, 이건 글 쓰기 뿐만 아니라 평생에 걸쳐 전 분야에서 싸워야 할 문제인듯.
여담이지만, 저자에 대해 찾아보니 요즘 용산에 가 계시던데 그것 역시도 참 그 다운 행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고 매력적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