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가 너무 radical하고, 시장도 그에 맞춰서 널뛰기 하는데다가 협상해야 하니까 정책 입안자들의 블러핑도 너무 심하다. 여기저기 휘둘리긴 쉽고 중심을 잡기 어렵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트럼프는 금융시장을 아예 신경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레임덕이 오지 않는 한 트럼프는 결과를 볼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고작해봐야 중간에 지지율 떨어지는 정도로 이 정부는 막을 수 없다. 중간선거 전까지는 멈추지 않는다.
하나씩 짚어보면, 일단 금융시장을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이유는 관세 부과 이전 베센트의 아래 발언과 과거 오랜 역사 속에서 금융시장의 회복탄력성 때문이다.
“I think it’s Main Street’s time. Wall Street can continue to do well, maybe not as well, and it’s time to have a Main Street small business-led recovery, led by small banks, regional banks,” he said. Bessent said there has been the biggest jump ever in an index for small-business confidence.
그는 “이제는 일반 시민들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월스트리트도 계속 잘 해나갈 수 있겠지만, 이전만큼은 아닐 겁니다. 이제는 소규모 은행, 지역 은행들이 주도하는 일반 시민 중심의 소기업 주도 회복의 시대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베센트는 소기업 신뢰 지수가 사상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세계 대전이 2번 터져도,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어도 금융시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시스템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시스템을 잠시 망가뜨리는 대가로 전 세계를 상대로 협상을 할 수 있다면 이건 트럼프가 아니어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그리고 현 트럼프 행정부에서 베센트와 러트닉은 누구보다 월 스트리트의 회복 탄력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911로 무너진 회사를 자기 손으로 회복시킨 사람이 지금 관세를 계산한 사람이다)
트럼프가 걸어온 길을 보면 결과를 볼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암살을 이겨냈고, 중범죄 기소를 받고, 미국 의회 의사당 폭동을 선동했다는 그 누구도 살아나올 수 없는 족쇄를 모조리 이겨내고 퐁당퐁당 당선에 성공했다. 이 정도 동력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했는데, 심지어 당선되고 나서 ’절대 충성’을 내각 입성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과연 멈출까? 집권 초기 그 어느 때보다 권력이 강한 순간에 트럼프는 퇴로 정도 마련된다고 도망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결과를 볼 때까지 멈추지 않는 인간들로 가득차있다. 시그널 게이트도 뭉개고 앞으로 가는 모습부터, 밑바닥에서 부통령까지 올라온 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사람들로 가득 차있는지에 대한 표상같은 존재다. 어떻게든 한가닥 해낸 사람들이고, 절대 충성을 조건으로 내각에 입성한 사람들이 알아서 물러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도 말도 안되게 강골인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끼리 뭉쳐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방식으로는 결론을 볼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와서 멈출 사람들이면 애초에 이 자리에 올라오지도 못했다.
나는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의 레임덕은 중간선거 패배로만 맞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중간선거도 그렇게 트럼프 입장에서 나빠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오바마 이후 리더를 찾지 못했고 오바마의 마지막 끈이던 바이든은 고령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렇게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민주당 세력은 PC나 환경, 도덕에 대한 소위 배부른 고민만 하다가 자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구심점이 없고, 아무리 떠들어도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 모든 뉴스가 트럼프와 관세로 뒤덮혔고, 민주당에는 트럼프급 어그로꾼은 없다. 민주당은 카드가 없다.
공화당은 트럼프라는 독약을 먹는 대가로 정권을 잡고 포퓰리즘을 끌어안아야 했다. 공화당 내부통제는 이미 트럼프가 한 번 휩쓸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주도권이 없는 상황이다. 고작해봐야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몇몇 의원들이 개별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가질 뿐이지, 공화당은 트럼프가 기다리는 결과를 선거에 유리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외통수에 몰렸다. 공화당은 트럼프가 저지른 일을 어떻게든 선거에 유리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자기들이 살 길은 이 것 뿐이다. 지금 뭐 트럼프를 끌어 내리고 그럴 여유가 남아있지 않다.
레이 달리오의 once in a life time 발언이나 영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 항구적인 변화라고 언급하는 분위기를 보면 지금은 세계2차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새롭게 재편하던 그 때가 아닐까 싶다.
파리 올림픽 개막식의 충격적인 광경은 얼마나 그들이 지난 1,000년간 세계의 문화를 주도했고, 중요한 길목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의 유산을 퍼먹으면서 살 수 있는 맘편한 시대였음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힘이 세계2차대전 이후 구축한 국제기구와 협약이 이러한 현실을 방조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아닌 누구라도 미국이 강한데 당한다고 생각한다면 ’미국은 충분히 더 세계에서 군림할 수 있는데 왜 이 꼬라지를 내버려둘까?’라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다.
물론 반대급부에는 마셜플랜을 비롯한 세계의 평화에 대해 미국이 생각을 바꾸었던 전환점도 존재한다. 이건 원하는 결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관점이 다른 지점이라 누가 맞다 틀리다는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이익에 유리하거나 불리해서 서로 얹는 소리가 많은 영역일 뿐이다. 정책 입안자가 아니면 어짜피 자기 의지를 반영할 여지조차 없다. 개가 짖어도 열차는 간다.
세계에 범국가적 협약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던 시기 서구권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고 강대국을 중심으로 협약으로 서로의 몸을 묶었다. 그런데 협약은 강제력이 없어서 생을 까도 됐고, 냉전의 승리자 미국을 중심으로 질서를 만들어가는데 이용되었으며, 특히나 파리기후협정으로 전 세계 조별과제에 대한 물음표가 찍혀가던 와중 COVID-19는 WHO는 할 수 있는게 없다는 확신을 모두에게 심어주었다. 그렇게 러우전쟁이 터지면서 세계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협약이고 기구고 뭐고 아무짝에도 쓸모 없음을 깨닫게 된다.
국제 협약에 대한 물음표는 국지전을 겪으면서 서방의 견제를 받았던 러시아만 가지고 있었는데, WHO의 COVID-19 대응은 전 세계에 그 물음표를 가지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고개를 들어 돌아보니 중국은 UN 상임이사국이고 대만은 (언제나 그랬지만) 차려놓은 밥상이다.
러시아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월가아재 시황칼럼 - 금쪽이 러시아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계’를 읽어보길 권해드린다.
이런 흐름에서는 협약이 소용없으니 거래를 통해 계약으로 질서를 재편해야 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정책 입안자로서의 책임감은 트럼프가 아니어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전 지구적 협상을 하려면 세계대전 정도의 명분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무역적자의 절반을 관세로 후드려패면서 전쟁 없이 전 세계와 협상할 방법을 찾아낸거다.
이 지점에서 트럼프가 ’뛰어난 협상가’인가는 따질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그 자체만 뛰어나다는 뜻이다. 앞으로 일이 잘 풀릴지는 모른다. 그냥 새로운 질서가 들어설 뿐이고 그 질서를 ’좋은 질서’라거나 ’잘 풀렸다’라고 평가하기엔 우리의 삶이 짧을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길었는데, 이런 상황과 트럼프의 역사를 함께 보면, 절대로 중간에 어중간하게 멈출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타임라인에서 기억해야 할 사건과 드러난 현상은 많았다. 그저 매일의 시장에 시선과 생각을 빼앗기면서 잊어버렸을 뿐.
지금 세계 각 국의 리더들은 고작해봐야 전화통화랑 특사파견밖에 못한다. 리더가 직접 날아가서 굴종하는 이미지에도 문제가 있고, 어짜피 준비도 안되어 있으며, 종전이라는 보따리를 마련해두고 부른 젤렌스키도 후드려팼는데, 다른 나라에서 트럼프랑 정상외교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인 상황이다. 네타냐후 정도 돼야 지금 만나러 갈 수 있다.
트럼프 본인 말처럼 원타임 쇼핑을 좋아하시기도 하고, 올해 말 G20 회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늘상 하반기에 있었다) 강제로라도 전 세계 모두가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외교 실무진들끼리는 밤새 전화돌리고, 싸우고, 토론하고, 머리를 쥐어 짜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겪어봤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top-down driven 외교가 얼마나 촉박하게 진행되는지, 얼마나 큰 흐름을 바꾸는지 말이다.
투자자로서 지금은 현금만 부여잡고 있는게 최선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기본은 변하지 않았다. 금융시장이 무너진다는 가정은 투자자가 할만한 가정은 절대 아니고, 지금 행정부도 시스템이 날아가는걸 고려하고 있진 않다. 그냥 우리가 ’알아서 잘 살아남는 월 스트리트’가 되어야 하는 시나리오다. 차분하게 엣지가 있는 영역에서 트레이딩을 한다거나, 마침 너무 저렴해진 종목을 차근차근 담아가면 될 것이다.
아… 연준에 대한 이야기가 빠졌는데, 트럼프가 먼저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공화당도 외통수에 몰렸는데 연준은 똥 치우는 역할을 맡게 됐다. ‘독립성 중요하다며? 금융시장은 내버려 둘테니 그래 잘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