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면접 돌아보기

Job
Published

February 12, 2024

10월 4일부터 본격 지원 시작

2023년부터 2024년 초까지 면접본 곳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회사명/지원직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애매한 곳은 적당히 필터링했음)


2022년에도 면접을 한 3군데… 정도 봤으니 복기 겸 느낀 점 간단 정리

첫인상 게임

대체로 면접은 초반에 게임이 끝난다. 그래서 자기소개는 중요하다. 자기소개는 안 시키는 경우가 드물다. 키워드 위주로 자기소개를 구성해두고, 경험도 간략하게 요약해서 ’어 그건 뭐에요’하면서 꼬리물고 늘어질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지루하게 시작한 발표는 애초부터 듣지도 않는 것처럼, 면접에서도 첫인상과 첫 몇마디가 이후의 내 이야기의 집중도를 결정한다. 자기소개로 조진 면접이 꽤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잘 풀리는 면접이건 잘 풀리지 않은 면접이건 첫인상은 끝에가서는 옅어지다 면접이 끝나고는 첫인상과 인상깊었던 순간만 기억에 남는다. 지원자도 면접이 잘 기억나지 않고, 면접관도 면접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몇가지 꼭지와 추상적인 인상, 그리고 면접 중에 내린 잠정적인 결론으로 면접의 결과가 정해진다.

뭐가 되었건 첫인상은 첫 단추 역할을 한다. 첫 단추를 조지면 면접은 서로에게 불쾌한 감정과 시간낭비, 그리고 불합격만 남는다.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는 글 전체가 짜임새 있는 것보다 기억에 남을만한 문구를 강조해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짜임새있는 글은 글 전문은 읽었을 때 의미있는 것 같고, 서류를 검토하는 사람들은 글의 전문을 차분하게 읽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자소서는 몇가지 인상깊은 내용이 결정한다.

그래서 두괄식으로 작성해야 하고, 각 문단에 hook-up line이 필요하다. 중요한 꼭지만 읽고 넘어가도 어필이 충분히 되는 자기소개서가 짜임새 있는 자기소개서보다 취업시장에서는 더 나은 자기소개서다.

추가적으로 자기소개서 공간이 부족하다면 면접에서 이야기를 풀 수 있을 정도로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작성하는 것도 괜찮다.

부가적인 노력

대체로 뭔가 해볼 여지가 보인다면 해보는 것이 좋다. 첨부파일을 넣을 수 있다면 포트폴리오를 넣는 것이 좋고, 자기소개서 추가문항이 있다면 작성하는 것이 좋다. 심지어 면접장에 포트폴리오나 추가서류를 들고가는 것도 괜찮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일언지하에 거절하긴 쉽지 않다. 명함 대신 내밀어도 좋다.

좋게 볼지 안볼지는 솔직히 말해 소개팅 첫 만남을 김밥천국에서 해도 잘 되는 인연이 있는 소개팅과 정확히 똑같다. 마음에 들면 다 좋아보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저 노력이 가상하지만 불합격 시킬 뿐이다.

레퍼런스, 레퍼런스, 레퍼런스

누군가의 추천을 받을 수 있다면 80% 정도는 끝난 게임이다. 일과 사적인 관계는 다르다지만, 비즈니스적인 거리감이 유지되는 사회인 간의 만남에서 라포가 형성된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거나, 채용 정보를 미리 아는 것은 확률을 엄청나게 높이고 게임에 임하는 것과 같다.

물론 채용과정이 clearly defined된 한국 대기업의 경우 신입은 아예 불가능하고, 경력직 입사는 미리 자리가 날 것이고 처우 정도를 아는 것이 최대다. 그런데 이 부분은 장단점이 명확하게 있다고 생각하고, 마냥 레퍼런스로 채용하는 미국의 문화가 완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한국의 문제는 그저 좋은 일자리의 수가 적고 임금격차가 엄청난 것에 있지, 채용 방법에 문제가 있지는 않다. HR 문화 전반이 개선이 필요한 것 같지만, 이 생각이 으레 어느 나라 어느 기업에나 있는 노동자의 불평인 것 같아서 솔직히 답은 잘 모르겠다)

네트워킹의 측면에서 커리어를 쌓고자 하는 업계에서 미리 발을 넓혀두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다. 그리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내용을 기록하는 블로그는 네트워킹을 시작하는 첫 걸음으로 최적이다. 나 역시도 블로그가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들어주었다. 단편적인 정보를 공유하기보다 나라는 사람의 스토리라인을 기록해간다면,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그런 조그만 관심이 행동으로 이어져 많은 인연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공채

공채는 아예 룰이 다른 게임이다. 공채는 튀면 지는 게임이다. 한마디로 공채는 ’적당히 머리 좋은 지원자 중에 운 좋은 사람 뽑기’다.

여기서 핵심은 ’적당히’다. 회사마다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적당함이 있다. 그 적당함을 맞추는 것, 그리고 공식대로 준비하는 것이 공채 준비의 전부다. 공채는 뭘 해볼 여지가 없다. 다들 같은 형식의 서류를 내고, 포트폴리오는 받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뭔가 해볼 여지가 없어서 정량스펙 컷을 넘긴 무난한 사람들이 유리하다.

요즘 스펙이나 이런거 많이 요구하지 않냐라는 반문을 할 수 있는데, 부적격자는 서류와 인적성에서 이미 다 잘려나간다. 서류에서 떨어졌다면 최소한 ’해당 기업’에서 요구하는 baseline도 맞추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기업마다 생각하는 baseline은 다르고, 상대평가 게임이기에 취준생이 적채되는 요즘 정량적으로 스펙이 올라가서 필터링 당했다는 기분을 받을 수는 있다.

GSAT과 같은 인적성 평가는 누가봐도 IQ 테스트이고, 이는 일정 수준의 지능만 갖추면 들어와서 일을 배우고 그 회의 인재가 되는 것에는 무리가 없음을 의미한다. (너희가 이 정도만 충족한다면 우리는 너를 써먹을 수 있게 기를 수 있다는 기업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인적성이 나랑 맞지 않다면, 굳이 억지로 준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적성을 요구하지 않는 다른 일을 찾는게 전략적으로 더 나은 결정일 수 있다.

영어 면접

영어면접은 tone & manner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게 문화적 context에 대한 암묵지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마땅히 개선할 방법을 잘 모르겠다. good, nice, no problem이 크게 의미없는 추임세이고, technically challenging한 질문도 안 하면서 툭 떨어지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떤 식으로 개선을 해야 할까. 해당 문화권 친구들이랑 모의 면접이라도 많이 해보면서 피드백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Ringle 결제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아쉬운 요즘이다.

프로젝트

대학생활도 다 끝났고, 취준 라운드도 한바퀴 돈 입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오롯이 나 혼자 내 손으로 해본 프로젝트가 질적 성장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는 것과 그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 형태로 가공한 것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순수한 관심에서 발현되어 행동까지 이어지고 결과물을 내본 프로젝트는 해당 분야에서 실전적인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른 이들에겐 없는 순수한 나만의 깨달음을 남긴다. 이건 어디 부트캠프나 강의에서 보고 따라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기획부터 실행, 시행착오와 매듭을 짓기까지 모든 과정이 순수하게 나의 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걸 대학 생활동안 반드시 해봐야 한다.

한 두번은 순수한 학문적 관심에서 해봐도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졸업하기 전에 이런 프로젝트를 장기적인 커리어 전략과 결부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질적 성장한 내가 취업시장에서 극도로 실망하는 것을 마주할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결과물을 들고 관련 업계 사람들에게 cold call을 돌리면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한국은 네트워킹 문화가 아니다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이건 그 프로젝트를 누구에게 물어볼 수 있는가라는 지점에서 대부분 결정이 된다. 관련없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을 들고 그 분야의 경력자에게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며, cold call이 성공하고 피드백을 받기 위해선 해당 프로젝트에서 최소한 노력의 가상함이 느껴져야 할 것이다. 순환참조 같은 모습이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대학 생활 동안 반드시 겪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직을 만나지 않은 방구석 프로젝트는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는다.

후회에서 비롯된 되돌아 보기지만, 지금이라도 내가 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급한 불 끄고나면 프로젝트에 오롯이 집중할 생각이다.


Self reflection

그래서 돌아보자면, 2023년 job market에서의 고생은 **자의식 과잉과 부족한 영어**에서 왔다는 것이 결론이다.

스펙 상으로도 꿀리지 않고, 경험을 통해 나 개인적으로도 꽤나 성장한 상태라는 것을 느꼈고, 무엇보다 어떤 일을 배우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임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꽤나 묘한 인상을 줬다고 생각한다.

스펙 상으로 꿀리지 않는 모습은 언제든지 더 좋은 자리가 나면 이 기업을 뜰 수 있다는 인상을 줬고, 다양한 경험을 겪었다는 모습에서 면접관들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신입사원의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분야를 확실히 정하지 않은 모습과 결합되어 박쥐 같은 인상을 줬다. 결론적으로 그 자리는 그 일을 더 하고 싶어하는 지원자에게 돌아갔다.

간절함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간절함이 동력이 되어 성취를 냈던 시기는 애저녁에 지나갔다. 충분히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했는데, 전략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깡스펙만 믿고 순진하게 나댄 셈이다. 이젠 다분히 전략적으로 임해야 한다.

금전적인 부분에 고민도 있고 현타도 왔지만, 이건 내가 고집을 부린다고 해서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느정도 놨다. 원래도 신입은 보상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는데, 요즘 취업시장은 더 오죽할까.

결정적으로 영어에 대한 critic을 직접적으로 받은 면접이 몇 개 있었고, 서류탈락한 기업들도 되돌아보면서 speaking/writing에서 꽤나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떠한 격량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본질적인 실력을 기르는 것이고, 이는 자기 객관화로 시작해서 다분히 전략적인 의사결정과 오랜 시간 노력의 축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받아주신 곳이 있어서 차분하게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전략을 재정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보기에 좋아보이는 것이 반드시 좋은 선택은 아니다. 젊음은 짧고, 내 시작은 느리지만, 지나간 시간을 어떻게 해볼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본질적인 실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결정을 해야한다.


그리고… 요즘 긴 글을 잘 못 쓰겠다. 아무래도 루틴이 안만들어져서 그런가 보다. 글 자주, 잘 쓰고 싶다. 이 글은 두서없는 일기가 된 것 같다.

Photo by Maranda Vandergriff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