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보상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불안감 장사가 가장 잘 되는 곳이 아닐까
경력직 입사 경력밖에 없는 공채 취업 컨설턴트, 퇴사한지 5년이 넘었지만 현업을 언급하는 인사팀 출신 취업 컨설턴트, 모두가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인플루언서, 투자 강의가 주 수입인 전업투자자
근데 마냥 이건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인간 본능을 자극할 줄아는 공급자와 자신의 본능에 끌리고만 소비자들의 문제일 뿐. 고약하고 뻔뻔한 사기는 서구권의 사례들도 만만치 않다.
경제학을 제대로 배우지도, 공부하지도 않았지만 경제학을 전공한 친구가 읊는 풍월을 귀동냥한 경험과 짧은 공부에 의하면 경제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궁극적 구조의 설계’를 목표로 한다.
특히 저 ‘구조의 설계’라는 부분에서 사람들은 인센티브의 제공과 페널티의 부과를 결정하는 구조의 변화가 없으면 하던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게 됐다. 이건 그런데 과거에도 어느 정도 ‘안다고 인지하고 있던’ 부분인데, 이 부분은 나심 탈렙의
다음의 일들만 피해도 우리는 꽤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힘이 없는 근육, 신뢰가 없는 우정, 결론이 없는 의견, 미적 요소가 없는 변화, 가치가 없는 나이, 노력이 없는 인생, 갈증이 없는 물, 영양이 없는 음식, 희생이 없는 사랑, 공정함이 없는 권력, 엄격함이 없는 사실, 논리가 없는 통계치, 증명이 없는 수학, 경험이 없는 가르침, 따뜻함이 없는 예의, 구체성이 없는 가치관, 박식함이 없는 학위, 용기가 없는 군인 정신, 문화가 없는 진보, 투자가 없는 협업, 리스크가 없는 덕행, 에르고드 상태가 없는 확률, 손실 감수가 없는 부의 추구, 깊이가 없는 복잡함, 내용이 없는 연설, 불균형이 없는 의사결정, 의심이 없는 과학, 포용이 없는 종교,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임이 없는 모든 것
이런 것들을 피하라. >
경제학은 인센티브와 패널티가 ‘어떤 보상구조에서 나오는가’에 집중하고, ’사회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보상구조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심 탈렙의 책에서 피하라고 언급하는 모든 것들은 어긋난 보상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긋난 보상구조에서 탄생한 기댓값은 의미가 없으니 시간과 돈을 쓰지 말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라는 이야기일터이다.
이 책을 읽었을 때만해도 자기계발서의 ‘좋은 행위를 하라는 조언’ 중에서 질이 높은 것이라고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보상구조와 엮어서 생각하게 되니 이런게 나이를 먹는건가 (?) 싶다. (이런 부분을 상대적으로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어 상대적 저차원의 개념을 일반화 할 수 있다고 내 나름대로 정의해두긴 했는데, 별 이상한 쌉소리이고 하고 사족이니 넘어가자)
경제학을 전공한 김동조 트레이더의 책에서도 지극히 경제학적인 질문을 마주할 수 있다.
경제학은 사물의 ‘응당 그래야 하는 면보다는 현상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에 더 주목한다. 경제학적 관점에 익숙해지면 ‘어떤 사랑을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 대신 ‘이런 사랑을 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는 ‘말’보다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느냐 하는 ‘행위’ 가 더 그 사람을 잘 설명해준다고 믿는 것이다. 비용이 싸게 먹히는 ’말’보다는 비용이 비싸게 먹히는 ’행위’가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관점을 통해 당위적인 면보다 현상적인 면에 집중하게 되면 우리는 여느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경제학적 분석의 범주는 인간의 경제적 동기에 국한되지 않으며, 현상적으로 중요하고 윤리적으로 쟁점이 되는 것일수록 경제학적 분석의 효용은 크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면,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가’하는 현상의 이해는 인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전혀 별개지만, 사람들은 흔히 이 두 가지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 김동조
아무튼 보상구조가 어긋나보이는 무언가엔 관심을 둘 필요조차 없다는 말을 돌려돌려했다. 이 판단은 아마 적당한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에서 나오지 싶고.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그래서 나는 한국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근본적 보상구조의 변화 없이 윽박지르는 정책 중 하나라고 봤다. 어설픈 기대를 하는 다른 시장참여자들을 보면서 잠시 내면의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투자자로서 나는 이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했지 않을까.
늘 그렇지만 발 담그지 않고 한발짝 떨어져서 시시덕대며 조소하고 평가하긴 쉬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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