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후기를 찾기 어려우신지 유입이 많아져서, 내용을 조금 보강했습니다. 이 글은 사실상 일기인지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지만…
지원정보
- MC1 본부
- 숭실대 IT계열
- CFA Level 3
- TOEIC 920
공채 절차
- 서류전형
- 인적성검사
- 1차면접
- 서류랑 인적성을 통과하면 발표 주제에 대해 안내 메일이 오고, deadline까지 PPT를 제출해야 한다
- 면접일도 따로 안내됨
- 2차면접
결과
- 서류 통과
- 인적성검사 통과
- 1차면접 탈락
1차면접
- 면접장소 - 강남파이낸스센터 KPMG 회의실
- PPT 발표 + 면접
- 자기소개 이후 발표, 발표 이후 개인적인 질문 및 발표관련 질문 진행
- 면접관 7명 (전원 파트너/임원급)
*발표 주제는 공개가 불가능한 부분인 것 같아서, 따로 적지 않았습니다.
여담
- 1차에서 사실상 선발이 끝난다는 이야기가 있었음
- 본부 별로 면접시기나 주제, 면접관 전부 다름
- 서류에 합격하면 KPMG 각 본부에서 어떤 업무를 주로 하는지와 신입 컨설턴트 공채 관련 FAQ PDF를 발송해줌
- 내가 면접본 MC1 본부는 리서치해보면 cryptocurrency, blockchain 관련 컨설팅 자료를 많이 발견할 수 있고, 해당 본부에서 작성한 가상자산 관련 보고서도 많이 확인할 수 있었음
- 리서치를 조금 해보고 느낀 건 컨설팅은 프로젝트 단위로 돌아가지만, 결국 각 펌마다 집중하는 topic이나 theme이 있음. 즉, 컨설팅 펌마다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선택한 field가 있고, KPMG financial institution 컨설팅을 하는 부분에서는 가상자산 관련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였음
- 재무 쪽 지식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임
- (당연한 이야기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영어를 잘하는 것은 기본
- 대체로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영어에 대한 기준점을 낮게 잡는 경우가 많아서 한 사례를 들어주자면, 컨설팅 팀 전원이 영어 공인성적이 없었는데 전부 영어를 잘하더라 (발표, 보고서 작성, 리서치 전부 모국어 수준으로 가능한)라는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인 감상
올해 두 번째로 쓴 공채였다. 살면서 처음 써본 컨설팅 채용공고이기도 했다. 컨설팅/IB에 관심이 있어서 여기저기 귀동냥으로 들어온 많은 정보들에 의하면 컨설팅/IB의 문턱을 넘는 것은 차치하고, 문턱 근처에라도 가기 위한 조건은 ’학벌’이었다. 나는 자격증으로 몸집은 비대하게 키웠지만, 학벌이라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원은 공짜니까. 혹시 최선을 다해보면 모르니까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고, 다행히 면접장까지는 가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 서류합격부터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건, 사실 이성적으로 나는 이번 공채 지원 당시 맘 속에 품었던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아 그래도 사람 욕심 끝이 없다고, 막상 정말 붙고 싶었다) 면접장이라도 가보자, 서류라도 붙어보자는 심정으로 던져본 그 순간의 목표. 두려움과 설렘에 몸이 적당히 긴장된 느낌을 오랜만에 느꼈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고, 도전을 앞둔 순간의 살짝 고양된 그 느낌. ’기회다’라고 느끼는 순간에 나는 주로 이렇게 반응하더라.
인적성은 그냥 하는 것이고… 그리고 여기서 떨어져도 별 수 없는 게, 떨어지고 뭘 고쳐야 할지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인적성 문화는 개인적으로 개선했으면 좋겠지만, 이런 게 또 내부자가 돼서 까보면 꽤 유의미한 metric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어서 참 아이러니하다. 세상에 이유 없는 비즈니스 결정은 없으니까)
인적성에 합격하고 면접 관련 연락을 받았을 때, PPT 발표를 해야 하길래, 이걸 어쩌나 싶었다. 선배 타고 타고 없는 인맥 뒤져서 현직 컨설턴트 연락처 받아서 전화하는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서도 여기까지 노력해보는구나 싶었다.
겨우겨우 리서치하고, 장표를 준비하면서는 정말 오랜만에 자괴감을 극단적인 수준까지 느낄 수 있었다. 가내수공업 퀄리티로 만들어서 제출해야 되는 상황이 참 안쓰럽더라. (진작 좋은 학교 갈 걸 하는 그런 생각들?)
무엇보다 KPMG 서류 합격 이후 면접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경쟁자가 어느 정도 수준의 레퍼런스에 맞춰져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게 귀동냥으로 듣고, 인터넷을 찾아보고 하는 정도로는 그 감을 체득할 수가 없는데, 모르니까 더 무섭다고 진짜 막막했다. 그래도 내가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지는 알았다. ’이거 내고 발표하러 가면 용감하다는 소리는 듣겠다’하는 정도.
으레 컨설팅/IB 친구들의 정량적인 스펙 정도는 알아도 서류 이면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정성적인 능력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으니 솔직히 말해 후달리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후달리는지 몰랐다.
그리고 밤새서 갔던 면접장은 정말… 나랑 같이 면접 본 분의 그 모습에서 내가 컨설팅을 하려면 어느 정도 모습까지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세상 엘리트도 그런 엘리트가 없다. 조건반사 마냥 청산유수처럼 나오는 자기소개에 인턴 경력이랑 정량스펙도 모자람이 없고, 발표와 답변도 당황한 포인트나 깊이의 한계를 알아차릴 수는 있었지만, 발표와 면접 모든 과정에서 매끄러웠다. 엘리트란, 프로란, 당황 해도 당황하지 않아 보이는 그 태도가 기본값인 만큼, 그분의 모습에서 ’여긴 이 정도를 요구하는구나’라는 느낌의 정성적인 레퍼런스를 수집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준비도 덜 되어있고 신기한 지원자 정도에 그치는 정도였는데, 나보다 앞선 순서에 발표한 그 분의 발표를 들으면서 기죽지 않으려고 맘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었다. (이런 거 잘 안 하는데, 그 압도적인 실력차이에 진짜 짓눌릴 거 같더라)
그래도 분위기 풀어주시는 한 분이 있었고, 면접시간 동안 있는 최대한도로 하고 나온 것 같아서 떨어진 것은 알았지만, 후련하게 나왔다. 역시 면접은 딱 한 번만 붙으면 되는 게임이고, 많이 겪어봐야 한다. 여러모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기회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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