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 허상
- https://www.thestartupbible.com/2025/04/stop-wasting-too-much-energy-on-interviews.html?jetpack_skip_subscription_popup
이 세상을 세상답게 돌아가게 하는 단 한 가지만 꼽으라면, 그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람과 일하고, 사람이 사람과 교류하면서 이 세상은 돌아가고, 더 좋은 세상으로 발전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만 선택하면, 그건 당연히 사람이다. 대표이사는 시간의 50%는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사용해야 하고, 나머지 50%는 있는 사람들이 퇴사하지 않도록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지금 내가 채용하는 사람이 우리 회사 그 자체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린 면접에 많은 공을 들인다. 면접의 방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고,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면접의 횟수와 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 아는 분이 외국계 대기업의 시니어 매니저 레벨의 직책에 지원했는데, 6개월 동안 12번의 면접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판에 떨어졌다. 면접의 종류도 코딩하기, 케이스 풀기부터 술 마시기까지 정말 다양하게 세분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회사에 가장 적합한 인재 채용을 위한 면접 매뉴얼을 개발하기 위해 수억 원의 돈을 쓰면서 외부 컨설팅까지 받는다.
그래서 우린 이런 고도화 된 면접 방법을 통해서 정말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봤을 땐, 아닌 것 같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해 보면, 면접을 아무리 잘해도, 이분이 실무는 정말 못 했던 적도 있고, 혼자서는 일을 잘 하는데 팀원들과 같이 했을 땐 팀워크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건 내 주변의,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면접하고 채용하는 매니저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면접을 20번 해도 그 사람이 실제로 일을 잘하는진 알 수 없고, 실제로 일을 잘해도, 우리 회사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진 알 수가 없다.
이게 면접의 현실이다. 면접은 단기간 안에 극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고 – 입시 학원처럼, 면접 학원도 있다 – 일은 못 해도 말발만 살아 있으면, 면접에선 100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채용해야 할까? 내가 아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일단 내가 잘 아는 사람만 채용하는 방법이다. 오래된 친구, 대학교 룸메이트, 동아리 선후배, 직장 동료나 선후배가 좋은 사례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지낸 분들이 공동 창업가나 동료로 일하는 곳들이 큰 불협화음 없이 잘하는 걸 자주 경험한다. 하지만, 사람의 네트워크라는 게 한계가 있고, 회사가 성장하면 잘 아는 사람의 인재풀은 바닥나기 때문에 이 방법은 회사 규모가 작을 때만 작동한다.
두 번째는, 6개월의 수습 기간을 갖고, 이후에 정식 채용을 결정하는 것이다. 면접을 아무리 잘해도 이분이 실제 일을 잘하는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2개월 정도의 수습은 약간 애매하다. 2개월 정도는 일을 잘하는 척 연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6개월을 연기하긴 어렵다. 6개월 같이 일해보면, 이분이 정말 일을 잘하는 분인지 충분히 파악된다. 또한, 일을 잘하는 분도 본인이 회사와 케미가 맞는지 판단해 봐야 하므로 6개월 정도의 수습 기간을 권장한다. 이런 제안에 격하게 반대하는 후보라면, 그리고 그 이유로 자존심과 모욕감 등을 언급하면 이건 적신호다.
마지막 방법은, 채용보단 보상에 대한 방법이다. 내가 전에 이 글에서 이야기했는데, 면접을 기반으로 직책과 연봉을 결정하는 게 너무 어렵고 위험한 방법이기 때문에, 입사 시 ‘one 직책 one 연봉’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컴공과를 막 졸업한 25살 엔지니어든, 15년 개발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든, 새로운 회사에 입사할 때 직책이 둘 다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이 두 분의 입사 연봉은 무조건 동일하게 가는 전략이다. 같은 직책이라도 과거의 경험이 많으면 연봉이 더 높고, 특히나 면접 때 말을 잘하면 연봉이 훨씬 더 높아지는 게 현대 사회의 채용 전략인데, 나는 이건 완전히 틀렸다고 본다. 경력이 많다고 그 일을 잘하는 건 절대로 아니고 – 오히려 그 반대의 경험을 정말 많이 했다 – 면접 때 말발에서 이기는 사람이 일을 더 잘하는 게 절대로 아니다. 그래서 입사할 땐 모두 다 연봉을 동일하게 가져가지만, 일 년 후 업무 평가에서 실제로 일을 더 잘하는 사람에게 연봉을 드라마틱하게 인상해 주는 방법이 좋은 사람을 계속 회사에 남게 하고, 아닌 사람은 퇴사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아니지만, 위 3개의 방법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피곤한 면접 횟수는 줄일 수 있고, 더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실은, 어쩌면 한국은 사람을 해고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안 내보낼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 면접을 더 중시하고, 더 신중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경직된 해고 정책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이렇게 면접하고, 다양한 채용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좋은 사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좋은 사람이란 일을 잘하는 사람인데,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직접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사람을 또 채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능력주의 채용
- https://www.thestartupbible.com/2022/06/meritocracy-based-hiring.html
채용 관련된 글을 나는 지금까지 꽤 많이 썼다. 스타트업은 결국엔 사람의 싸움이고, 좋은 사람들이 회사에 있으면 사업 아이템이 이상해도 결국엔 길을 찾아서 성공적인 사업을 만드는 걸 개인적으로도 너무 많이 경험했다. 반대로, 나쁜 사람들이 회사에 많으면 아무리 기술과 아이템이 기발해도 결국엔 사업은 망한다는 것도 직접 옆에서 많이 봤다.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나 채용이 가장 중요하지만, 대기업은 그래도 사람과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하는데, 스타트업은 시스템이 없고, 결국엔 사람들이 초기 시스템을 만들기 때문에, “당신이 지금 힘들게 채용해서 만드는 team이 바로 당신이 만들 회사 그 자체임을 잊지 말아라”라는 말이 완벽하게 100% 적용될 수밖에 없다.
작은 스타트업은 좋은 인재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렵고, 우리 투자사 대표들도 항상 좋은 사람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우리에게도 많이 한다. 이 장애물을 잘 통과해서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치자. 어려운 협상 과정을 통해서 형평성에 어긋날 정도로 다른 기존 직원분들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채용했는데, 막상 같이 몇 개월 일해 보니, 아웃풋이 형편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럴 땐 정말 난감하다.
또는, 여러 번의 인터뷰에서 보여준 화려한 말빨과 자기 PR에 속아서, 비슷한 경력자들보다 훨씬 더 높은 연봉을 주고 채용한 사람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일을 못 해서 속았다고 느꼈던 경험을 많은 대표들이 했을 것이다.
이럴 때 암호화폐 분야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고 사업을 잘하는 미국 Coinbase의 채용 시스템을 참고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코인베이스에서 발표한 기사에 의하면,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으면 연봉 협상은 불가능하고, 같은 지역에서 같은 직책으로 입사하는 직원들은 모두 동일한 연봉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경력 7년 차 개발자나 15년 차 개발자나, 둘 다 직책이 수석 개발자면, 똑같은 연봉으로 입사해서 일한다는 의미다.
나도 처음에 이 기사를 읽었을 땐 갸우뚱했는데, 나름 꽤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봉 수준이라는 게 실제 실력으로 결정되기보단, 과거의 경력과 인터뷰할 때의 ’말빨’로 책정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실력은 없지만, 단순히 인터뷰를 잘 한 사람이, 실력은 좋지만, 말을 썩 잘못 한 사람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신, 동일한 포지션은 동일한 연봉으로 입사하지만, 1년 후에 업무 평가를 통해서 그때부터 차등적으로 대우한다는 채용 정책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채용에 있어서는 능력주의를 지향하고, “능력대로 평가받고 돈을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하지만, 새로 입사하는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건 너무 힘들다. 이를 도와주는 여러 가지 방법론과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그래도 채용의 성공 확률은 아직 50대 50인 것 같다. 인터뷰를 엄청나게 잘 한 사람이 막상 일해보면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고, 이전 직장에서 10점 만점 평가와 평판을 받은 사람도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잘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코인베이스의 정책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1년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지만, 이 기간에 자신을 증명하고, 1년 후에 훨씬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도 좋은 채용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한국같이 한 번 채용하면, 사람을 해고하는 게 힘든 곳에서는.